나의 왼손이 그린 ‘돌’
작가 백 순 길
새벽 아침! 그렇게 모든 것을 잃게 만드는 그런 시간이었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인데 다들 내가 잠자는 줄 알았다. 잠시 쉬겠노라며 소파에 안겨 휴식 중에 그만 뇌졸중이 찾아 왔으며 난 그 자리에서 깊은 잠에 빠져 들고 나와 같이 내려갔던 상무님께서 깨워 주셨지만 못 일어 난 채 사경의 늪으로 인도되고 말았다. 그로부터 세 번의 수술과 독한 약, 그리고 수술과 함께 찾아온 오른쪽 신체의 마비증상과 말더듬증 등으로 치료 받고 있는 중이다. 그 와중에 그림을 그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의 몸 상태론 그림 외에는 할 게 없다. 오른쪽 손과 발이 제 기능이 마비되어 30여년 동안 그림실력이 전부 상실됐지만 남은 왼손이 다시 뼈를 깍는 고통과 아픔을 다시 시작해야 한다.
내 작업 중에서 ‘돌’을 주제로 잡았을 때마다 항상 수많은 생각을 같게 한다. 이 지구에서 인류가 처음 생각을 시작하게 되었을 때부터 ‘돌’은 생각보다 가까이에서, 또는 생각보다 먼 거리에서 늘 친구가 되어 곁에 머물렀다. 때론 형이상학적으로 알 수 없는 형태와 그 무질서한 존재 속에 새로운 공포감을 느껴 왔을 것이다. 그 모습을 보면 생성 과정의 다양한 굴레 속에서 응집과 확산, 형상과 모양이 있을 수 있겠고 삶의 필요 속에서 돌도끼, 돌칼, 돌망치, 돌창들과 다양한 문화 속에서 돌침대, 돌그릇, 돌수저, 돌인형들을 비롯한 수많은 종류의 ‘돌’ 문화를 누려왔을 것이다. 이러한 ‘돌’의 타오르는 용암, 솟아지는 낙석, 엄청난 규모의 바위들을 보면서 때론 기쁜 일을, 때론 슬픈 일을 마주친 일들을 느끼면서 보잘 것 없는 나약한 존재임을 느껴 왔을 것이다. 현재 인류는 비약적으로 많은 발전을 이룩한 이 지구상에서 삶의 기쁜 일을 느끼고 살고 있지만 아직도 많은 느낌을 불안과 공포심에 사로 잡혀 살고 있는게 정서일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 있을 우주개발 시대에 기쁜 일도 많을 것이고 아직도 알려지지 않을 수많은 상상력의 세계에 무한한 경외심과 호기심을 많이 격어야 할 것이다.
가끔은 생각 없이 이런 생각들을 한다. ‘돌’ 그 자체에게 무슨 신세대관이 있고 내가 품고 가야할 또 다른 이성의 장이 있겠느냐고... 하지만 작은 ‘돌’ 하나에 많은 관심을 품고 살아야 할 것이다. 우리는 커다란 ‘돌’ 위에 놓여 진 먼지와도 같은 아주 작은 알맹이일 뿐이다. 또한 있는 듯, 없는 듯한 우주위에 흩뿌려진 그런 존재일 뿐이다. 사람들은 삶을 살아가야 할 지구상에서 더욱 더 많은 관심과 노력을 해야 할 것이고 더 많이 알아야 할 것이다. 또 아낌없이 노력을 추구하며 느껴 볼 것이며 앞으로 내가 가지고 가야 할 새로운 삶의 장이 될 것이다.
‣일시 : 2018년 4월 1일(일)~2018년 5월 10일(목)
(오전10:30~오후6:30 / 매주 월요일 휴무)
‣장소 :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중앙로 1286 고양아람누리 B3F 갤러리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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